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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목 이효상 작가에세이/변화와 변심 사이에에서

이테리우스 2024. 8. 30. 10:20

 

미목 이효상 작가의 에세이 / 변화와 변심 사이에서

 

 

                                                                          변화와 변심 사이에서

 

                                                                                                                                                           미목 이효상

 

세상사가 참 변화무쌍(變化無雙)하다. 지인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첫사랑을 잊지 마세요”, “초심을 잊지 마세요”라고. 이 말은 살아가는데 자극도 되고,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준다.

 

첫사랑은 많은 것들을 가르쳐준다. 우리에게 설렘과 기쁨, 그리고 아픔과 상처를 안겨준다. 그 모든 경험들은 우리를 성장시키고,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설펐던 첫사랑도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기초가 됐기 때문이다.

 

초심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항상 열정적이고, 열망에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점점 지치고 의욕이나 방향을 잃어갈 수 있다. 주변에 사라지고 잊히는 것에 아무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 자기의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급변하는 흐름에 맞춰 처신하는 것이 지혜로운 듯 사람들도 얼굴이 가면을 쓰기 시작한다.

 

곤충중에 그런 동물이 있다. 카멜레온(chameleon)이다. 사람들은 흔히 환경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변하는 것이 카멜레온이라고 생각한다. 카멜레온이 환경에 따라만 변하는 건 아니다. 놀라거나 다른 카멜레온과의 싸움에서 이기거나 졌을 때와 같은 감정 변화뿐만 아니라 빛과 온도 같은 환경요인에 따라서 몸색깔이 변한다.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색하지 않는 것이 없다. 미국의 대선후보들간의 난타전에서도 상대후보를 “카멜레온처럼 행동한다”는 비난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보니 카멜레온이 좋은 처신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때로는 삶과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경험, 새로운 사람, 새로운 도전들이 성장과 발전을 가져온다. 이런 변화는 삶에 새로운 의미와 열정을 불어넣어 환경을 상상 더 이상으로 새롭게 할 수 있다. 변화하기 위해선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필요한 것은 습득해야 한다. 하지만 ‘변심’이라는 것은 변화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변심은 우리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 신념, 약속 등을 무시하고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일방적 외면을 의미한다. 변심은 신뢰와 믿음을 훼손하고 스스로 진정성을 손상시킨다. 나쁜 마음을 좋은 쪽으로 고쳐먹는 것을 개심(改心)이라 하는 데, 정치인들처럼 그냥 두어도 멀쩡한 것을 바꾸겠다고 널리 공약한 후 내 마음 변했다고 없었던 것으로 한다면 전형적인 변심(變心)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변심을 변화라고 핑계하지도 말아야 하고, 변화를 변심이라고 비난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런 만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이되, 변심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변심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솔직하고 정직한 태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기본자세다.

 

지금의 현실을 살펴보면 광야길 40년을 지났건만 돌고 돌아 제자리인 이스라엘의 출애굽 상황은 아닐까. 세상사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다 보니 사람까지도 그런 모양이다. 앞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독안에 갇힌 쥐처럼 그 안에서 만족하고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한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야 한다. 미래로 가야 한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을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참가해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며 종합순위 8위에 올랐다. 젊은 태극전사들은 경험이 재산이라는 올림픽에서 패기와 무서운 집중력으로 생애 최고의 결과물을 냈다. 12년 만에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수영과 복싱도 희망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반면 단체 구기종목의 하향세와 메달 종목의 편중은 전체적인 스포츠 발전에도 결코 순기능이 아닌 만큼 균형발전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여기에 협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안세영의 작심발언에 공감하며 더욱 안타까움을 느낀다.

 

또한 얼마 전 79주년 광복절 행사와 관련해 ‘광복’논쟁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며 역사를 보수와 진보로 나눠 서로 편먹고 맥(脈)살잡이 하는 것은 아닌지, 급변하는 세계 정세속에서 제자리를 뛰면서 계속하고, ‘돌고’ ‘돌고’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마치 삼류 정치집단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별로 도움이 안되듯, 이같이 스포츠 단체들이나 역사적 단체를 자임하는 단체들이나 모두 이대로 괜찮은 건지 전체적으로 진지하게 점검하고 반성해 볼 문제다.

 

결국 이러한 ‘변화와 변심’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보며 ‘변화는 무죄이고, 변심은 유죄’라는 말을 생각하게 된다. 변화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면서도, 잊지 말아야 하는 역사와 양심, 타인과의 신뢰 관계에선 부끄럽지 않도록 초심을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 첫사랑과 초심을 잊지 않았다면, 새로운 도전과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도약을 도모해 나갈 수 있다. 초심은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경험과 열정에 대한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진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