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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목 이효상 작가의 '사고하라.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칼럼중에서

이테리우스 2024. 6. 27. 14:25

 인류 역사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것을 든다면 말과 문자, 책과 그림 정도일 것 같다. 새들도 노래하고 춤을 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도 한편의 드라마다. 그러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고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사람이 누리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한 편의 시를 읽으며 깊은 생각에, 한 권의 소설을 읽으며 끝없는 상상속으로 빠져든다. 한 컷의 그림이나 영화를 보며 놀라운 영감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문화 예술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뒤흔드는 마력이 있다. 사람의 생각은 말과 글로 정리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은 뇌와 손과 혀의 유쾌한 삼중주다. 세상은 생각하는 자와 쓰는 자, 읽는 자와 말하는 자로 나뉜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말이나 글은 곧 그 사람이다. 말하는 것이나 쓴 글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의 관점, 성품, 지적능력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진정성이 담긴 말이나 글쓰기 만큼 신뢰를 주는 건 없다. 그러기에 타인과는 차별화된 나만의 색깔로 세상의 틈새를 노려야 한다.

  글쓰기를 원한다면 누구를 모델로 삼을 것인가. 다양한 분야에서 500여권의 저술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남긴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끊임없이 새로움을 탐하며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좋다. 잘 보이는 것이 안목이고 힘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작품을 나누고 삶을 경험하고’라는 4고(사고(思考))의 과정이 필요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사고(4고)의 기술,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 무의식의 세계를 자극하라. 뇌의 무한한 가능성을 활용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잠자는 상상력을 깨워라. 그러기 위해선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거나, 사물의 양면성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말하기나 글쓰기엔 천재가 따로 없다. 지루하고 힘들어도 지난한 과정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익혀야 한다. 처음부터 제대로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가슴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야 하겠다. 글이나 책을 읽으면 느낀 점부터 써라. 아니면 매일 일어난 일을 사진 찍어 인터넷 페이스 북이나 밴드, 카페의 기록을 남겨라. 쓰기 위해서라도 읽어라. 읽었으면 써라. 읽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저희가 평안을 누릴 것이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사람에겐 에로스가 필요하지만, 에로스는 결국 로고스를 열망하게 한다. 아마 태초에 말씀이 있었기 때문일까.

  건강한 사회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종교와 문화 예술의 영역을 들 수 있다. 그래서 기대가 그만큼 크다. 그중 문화 예술은 그 어떤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인간의 심리와 삶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함으로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가 문화 예술에 심취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안고 있는 삶의 갈등과 고뇌를 작품 속에서 작가를 통해, 또는 주인공을 통해 해소하거나 그 어떤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다산 선생의 유배 생활과 그 일대기가 파란만장 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는 밥을 먹고 사는 것보다 문화 창작의 욕구가 더 높을 수 있다. 작가들의 삶은 힘들었지만 그 아픔과 핸디캡을 결국 작품으로 풀어낸다. 문제를 극복하고 예술로 힘을 얻는다. 일종의 종교와 같은 것이다.

  인간의 삶을 각본없는 드라마에 비유한다면, 문화 예술은 그 각본없는 드라마를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여 우리와 다음세대에 되돌려 주는 것이 작가의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 예술은 ‘오늘을 사는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라 정의할 수 있다. 어떤 이는 “문학은 허구요, 가공의 세계에 불과하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 세계는 실제의 삶보다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한다. 왜냐하면 단순히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뜨거운 혼과 깊은 성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누구나 보는 똑같은 풍경이라도 위대한 영감을 가진 작가의 손을 거쳐 묘사된 그림에서 남다른 감동이 전이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작가와 작품 혹은 주인공 그리고 독자가 함께 삼위일체를 이루며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학문적 스펙트럼이 넓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수 많은 저서에는 뜨거운 혼과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이 시대에 다산 선생처럼 사고하고 따라하기는 최고의 자기 브랜딩이 될 수 있다.

미목 이효상 작가의 '사고하라.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