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
미목 이효상
선동꾼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몰려갔다.
선동꾼이 말했다.
모두들 박수를 쳤다.
선동꾼이 깃발을 들었다.
모두들 열광했다.
선동꾼들은 단상에서
선동 선동했다.
사람들은 일도 안 하고
선동꾼을 따라다녔다.
신화같은 그의 저서를
교과서로 삼았다.
단군 이후 자신이 가장 탁월하다고
현수막을 걸었다.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소통되지 않으며 소통을 이야기했다.
가수도 노래하지 않고 선동했다.
영화도 총을 들고, 주먹으로 선동했다.
방송만 틀어도 주구장창 선동했다.
선동꾼들을 따라 하는 개그맨도 생겨났다.
선동꾼은 줄기차게 미래를 씹어 삼켰다.
누구의 것도 아니고
어디에도 없을 미래를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선동했다.
타인의 말에는 닥쳐 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황폐했다.
밤은 깊어가고
배고픈 새들은 힘없이 울고 있는데
다 파먹은 호두 껍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