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자기 조절 능력이 필요해
우리 사회는 지나친 자극에 의존하고 까칠하고 예민하다. 누구에게나 유혹이나 충동으로부터 감정, 사고, 오해, 분노, 갈등이 있다. 그래서 꼭 필요하다고 자주 강조하는 것이‘자기조절능력’이다.
자기 조절능력은 기다리는 끈기, 사회성, 도덕심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지루함을 참고, 감정을 다스리고, 집중하도록 하는 학습능력이 되기도 한다. 좋은 습관, 사회성, 인내심을 갖출 수 있을 때 보상이 따른다는 것이 공동체 생활의 핵심이다.
지난 해‘서울의 봄’영화가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일회성 소비를 넘어‘무비 저널리즘’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질곡의 현대사에 관객들은 분노했다. 스마트 워치를 통해 관객들이 심박수를 재보면 분노지수가 급상승하여 영화관람 후 분노조절이 힘들었다는 평이다.
얼마전 국가대표 축구가 그랬다. 공정하지 않은 일에 분노하는 건 그렇다 쳐도 못돼 먹은 욱하는 성질머리에 사고를 저지른다. 죽여야 한다. 욱하는 성질머리는.
얼마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말 분노해야 할 쓰레기 발언들에 분노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옳고 그름이 그때 그때마다 다른 것인가 싶기도 하다.
차를 타보면 그 운전자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시속 200Km로 달리면‘하늘가는 밝은 길’이 보인다. 과속하면 결국 탈선하고 사고로 이어진다. 운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자 자기조절능력이다. 컨트롤(control)의 능력,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상실하면 그 앞날을 알 수 없다. 차만 그런가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좋아하는데도 시작할 때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너무 애정을 퍼붓기만 하면 상대방은 뒷걸음치기 쉽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실수를 종종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면 더 잘해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안정감과 속도가 다른 것처럼 사랑의 깊이와 만족도도 달라진다.
한 번에 한 가지만 하자. 럭비공처럼 이리저리 튀면서 사고만 치고,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은 없다. 10년이나 20년을 자랑하면서 변화가 없이 그대로 답습하는 것처럼 허망한 짓은 없다. 더구나 늘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정말 미친 짓이다.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변화와 발전이나 진보를 도모할 수 있다.
관계에서도 조절이 필요하고, 대화에도 자기 조절이 필요하다. 타인에 대한 소통과 경청의 배려 없이 일방적 자기 피알(PR)식 자리는 삶을 피곤하게 한다. 이렇게 주변에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방향을 잘못 설정하면 도박, 약물, 알콜, 마약, 유튜브, 쇼핑 등으로 중독되어 일상이 망가지기도 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리스펙트(respect) 또는 리스펙(respect)이라 한다. 리스펙트는 라틴어‘respicere’에서 유래한 단어로,‘돌아보다’라는 뜻으로‘타인을 돌아보고, 그 사람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하는 마음’이라는데, 어떤 모임이나 관계에서 필수다. 하지만 성공한 지도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함정이 그런 능력의 실패다. 성공하고 출세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리라. 그런 오만함으로 비춰질 때 사람들은 말이나 표로 심판하므로 결국 추락하게 된다.
중독의 시대다. 정치나 종교도, 일도, 알코올도 중독성이 강하다. 중독된 분들의 삶이 건강한 방향으로, 사회적 역할을 하도록 문화 예술 종교가 도와야 하겠지만 자기 자신 스스로가 삶이나 마음을 가다듬고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무한경쟁, 쫓기는 삶 속에서 마음의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이고 인생이 보인다.
정치나 성공에 너무 중독되지 말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로 하자. 인생이 성공하고 돈 벌고 출세하기 위해서만 사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시간부터 자유롭고 여유롭게 써보면 어떨까. 운동이나 취미를 해도 좋고, 다도나 명상을 해도 좋다.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글쓰기를 배워도 좋다.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손재주를 발휘해 무언가를 만들어도 좋다. 세상만사가 귀찮으면 잠을 푹 자거나 멍을 때려도 좋다.
마인드 컨트롤이 그렇다. 감정이나 충동이 때때로 걱정이나 미움이 위협적이거나 공격적인 방식으로 분출될 위험이 있을 때 이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성령의 여러 가지 열매중 가장 최고의 경지를‘절제’라고 하지 않았나. 우스개 소리에 하나님도 과로, 과속, 과음, 과식을 싫어하신다고 한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라는 책에서 미국의 가수이자 코미디언인 에디켄터(Eddie Cantor)는“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너무 빨리 가다 보면 놓치는 것은 주위 경관뿐이 아니라,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필자도 도심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문화 운동을 시작하고 문화의 새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변화하고 변신하여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추구한다는 것은 신나고 가슴 뛰는 일이며, 그건 행복한 거다.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건 뭔가. 돈벌이도, 대인관계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생의 주인인 자신을 가꾸고 자신의 삶을 가꾸고 돌보는 일이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거기에 있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상처받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현재를 살아갈 삶의 에너지를 선물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음의 근력을 키우자. 우린 모두 삶을 가꾸고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자기 조절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안되니 신 앞에서라도 솔찍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닐까.